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 시나리오는 단지 설계도 일뿐..


영화 이야기 2010.08.14 19:10 Posted by mullu




개인적으로 한국 최고의 코메디물이라 생각하는 '아는 여자' , 영화를 본 분들중 감명깊게 본 분들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 꽤 되겠다.나 역시 이 아는여자의 시나리오를 보기위해 장진 시나리오 집을 구입했다.어떤 시나리오로 찍었길래 그런 기가막힌 편집의 영화가 나올수 있는것일까.정말 궁금 했다고 하겠다.

영화와는 다른 시나리오.

그런데, 영화에서 보던 '아는 여자' 와 시나리오 상의 '아는 여자'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그럼 이 시나리오는 초고인가? 아마도 정식 출판까지 된것을 보면 이 시나리오가 마지막 탈고 시나리오일 확율이 많다고 하겠다.정확한 해명은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찍은 장진 감독만이 알고 있겠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수 없겠다.만약 나의 추측이 맞다면 영화는 촬영중에 상당 부분이 더 재밌게 바뀌었고 편집에서도 상당부분 바뀌었음을 알수 있는것이다..확실히 시나리오 상의 '아는 여자' 보다는 영화 아는여자가 훨씬 낫고 깔끔하다.


장진 감독 특유의 지문..

게다가 이 '아는 여자' 의 시나리오는 철저하게 장진 감독이 자신이 직접 영화를 만든다는 확고한 전제아래 쓰여진 시나리오 이다.다른 누구에게 평가 받는것 따윈 신경쓰지 않은채 스토리를 알수있을 만큼만 지문을 남겨두고 있다.다른 디테일 부분은 머릿속에 있다던지, 아니면 그때그때 아이디어에 맡긴다는 취지같다. 만약 각본가가 이런식으로 다른 감독들에게 각본을 준다면 당장 욕이 튀어 나올지도 모른다.많은 부분을 느낌만 캐치해 스케치 해놓고 있으며 이런 방식은 자신이 직접 연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선 씬 구분 장소에 관한 내용을 보자.

#2 눈이 부시도록...미칠듯이 아름다워 도저히 슬픔 엇비슷한 것들이 근접할수도 없을것 같은 길...

#3 병원... 조금은 단정하거나 위생적인 느낌이 없는지라 의료사고가 금방이라도 날것같은 병원의 핵심적 역활을 맡고있는 의사의 방...

#4 술집...이런 스타일은 강남에선 도저히 찾아볼수 없거니와 행여잇다 하더라도 소수를 위한 공간으로 사업성을 포기한...그리하여 주인은 돈을 벌기보단 몇몇이 모여서 듣고싶은 노래 듣고 마시고 싶은...그것도 무자료 술이나 집에서 담근 밀주 곡주 과일주 뿌리주들로 밤을 지새울만한 그런 술집...

# 5 여관... 손님이 들어오면 '어서 오세요' 란 말대신 위 아래로 홀기며 '쉬다 가실거예요?' 란 질문부터 나올만한 그런 여관의 가장 후미진 방

#8 도넛가게..온갖도넛..제과빵과는 엄밀히 구별되는 맛과 디자인의 고품격 밀가루 빵...이연이가 해 떠 있을때 아르바이트를 하는곳이다.형광색의 벽과 디스플래이가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BAR와는 철저히 구별된다.

#10 샤워실..경기장에 붙어있는 그래서 사우나나 때밀이는 전혀 찾아 볼래야 볼수없는 그런 샤워실....


대충 어떤식인지 알수 있지 않은가..첫장면부터 절교 선언을 듣자 갑자기 돌변, 관객들 혼을 빼놓던 정재영의 발광 연기부분 지문을 보자..

치성, 그 속 깊은 어딘가에선 온갖 난폭한 욕설과 분노도 있을수 있겠지.....그게 다른 화각에선 보일수도 있겠고...예를 들어 '시벌...년..가? 가? 가..개같은년.? 죽여불라...."

거의 소설같다..이 짧은 문장으로만 표현된 문장에서 그 편집과 정재영의 돌변한 연기가 전부 나온것이다.지문들이 거의 감독의 독백같다...

가장 궁금했던 영화속 전봇대 이야기

시나리오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전봇대 영화에 관한 부분인데 아쉽게도 시나리오에는 '영화 장면 설명 일체 없다.'그리고 영화 내용과도 다르다..마지막에 '말도 안되는 영화다'..라고 뒤집어 버리는 그 대사도 시나리오에는 없다..결국 이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연출에 따라 그런 멋진 영화 장면이 나왔다는 이야기 이다..전봇대 줄을 따라 CG까지 동원됏던 그 영화속 명 장면들이 시나리오에는 일체 없다는것이 조금은 실망 되기도 하고..장진 감독이 어떤 스타일로 영화를 그렇듯 생동감있고 재치있게 만들수 있는지 알수 있는것 같다..

약 그릇을 떨어 트리며 '코 파지 마세요' 하던 이나영의 멋진 연기가 시나리오에는 그냥 대화중 나오는 대사만이 있다.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즉석에서 연출됐던지 이후 다른 각본이 있던지..

지문..

동치성이 마지막 경기에서 볼을 집어 관중석으로 날릴때 모두 놀라하던 그 장면..지문을 보자..

감독..그리고 코치
(아~ 나도 궁금하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전적으로 배우들에게 맡긴다는 표시를 한다.자신이 연출 할것이니까 가능한 지문이다..

아는 여자의 시나리오를 구입해 영화와 비교해 본 결과, 아는 여자의 시나리오는 영화를 만들기전의 대략 설계도 수준의 시나리오 로 완성된 영화와는 현격히 차이가 남을 실감할수 있었다..특히나 많은 결정적 명 장면들이 시나리오 상에 있는것이 아닌 현장이나 후에 즉석에서 만들어 졌음을 짐작할수 있게 해준다. 

시나리오 상에 있는 약간의 신파조 대사들은 영화에서 사라졌다..만약 시나리오 대로 갔다면 영화는 조금은 덜 명작이 됐음을 알수 있겠다..이것은 감독이 시나리오 쓸때는 주관적 감상대로 더 극적 감동을 주기 위해 약간 신파를 썼다가 나중 연출할때 객관적 입장에서 잘라낸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정말 잘한 일이다..

한가지 스스로 놀란점..시나리오만 보고도 내가 오래전에 본 '아는 여자' 영화와 다른점을 하나하나 짚어낼수 있다는것 자체가 영화 '아는여자' 가 얼마나 잘 만든 영화란걸 새삼 생각하게 됐다는것...


시나리오를 본 소감..아는 여자 영화에 대한 설계도란 점에서 조금은 실망했지만 어쟀든,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 졌고 시나리오를 보면서 장진 감독의 스타일을 한번 더 확인해 볼수 있었다 하겠다.단지,영화가 너무 좋아서 시나리오를 표본으로 삼고자 하는 분들에게 시나리오'아는 여자'는 내용은 훌륭하나 시나리오 표본으로 삼을 만큼 좋은 시나리오 는 아니란 점..오로지 감독 자신을 위해 적어놓은 설계도 같은 느낌을 주는 시나리오 이다..시나리오만 놓고 보자면 장진 감독이 아니었으면 결코 '아는 여자'와 같은 영화가 나올수 없었다는것을 확인케 해준다.(물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연출할 시나리오 라면 이런식으로 느낌들만 캐치해 설명해 놓지는 않을것이라고 본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