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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김기덕 감독의 '숨 (2007)' 놀라운 연출들로 표현된 '삶'의 압축.


숨 (2007) Breath

김기덕
출연 장첸 (장진 역), 박지아 (연 역), 하정우 (남편 역), 강인형 (어린 죄수 역), 김기덕 (보안과장 역)

들숨과 낼숨,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숨이란 제목은 이렇게 삶이란 것에 양 극단의 의미를 갖고있다..김기덕 감독의 작품중 2007 '숨' 은 김기덕 감독의 작품중에서 드물게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끌어낼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자 주연으로는 대만 배우 장첸이 열연하고 있는데 나쁜 남자와 같이 대사가 전혀 없다.여자 주연의 박지아 외모는 마치 대한민국의 국보급 배우였던 여 배우 장미희를 연상케 한다.그리고 하정우가 여자의 남편역으로 감독이 직접 보안과장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사형수 장진은 날카로운 송곳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한다. 죽음을 앞당기려는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목소리만 잃은 채 다시 교도소로 돌아온다. 돌아온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그를 사랑하는 어린 죄수. 하지만 장진에게 이 생에 남아있는 미련은 아무것도 없다.


모자를 것 없어 보이는 삶 안에서 갈 곳을 잃어버린 여자가 있다.부족함 없어 보이는 연의 삶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 어긋나기 시작한다. 우연히 TV에서 사형수 장진의 뉴스를 본 연은 그에게 묘한 연민의 정을 느끼고 그를 만나기 위해 교도소로 향한다.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죽음의 순간을 장진에게 털어놓으며 닫아 두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데….

김기덕 감독 작품은 감독의 코멘트가 아주 중요하다.

 Director’s Comment 】


증오가 들이마시는 숨이라면... 용서는 내쉬는 숨이다.
미움이 내쉬는 숨이라면... 이해는 들이마시는 숨이다.
질투가 들이마시는 숨이라면 사랑은 내쉬는 숨이다.
이렇게 숨쉬다 보면 결국 물과 기름도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숨이 막힐 때까지 증오하고 용서하고...
미워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06년 12월 김기덕

김기덕 감독에게서 성적인 대립이나 사회적 문제가 아닌 삶의 근본을 다루는 이런 주제를 만나볼수 있다는것은 확실히 기분 좋은 일이다..



이 둘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일반적인 대사들은 거의 없다..스타일리스트 로서의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을 볼수있겠다..모르는 여자가 면회를 왔음에도 남자는 의아한 표정도 없다.처음에 말했듯이 영화 전체에 남자 대사가 아예 없다..

그리고 여자는 다짜고짜 자신의 얘기 부터 한다.."제가 어렸을때 5분간 죽었던 적이 있었어요."

봄으로 찾아오다.

그리고 다음에 여자는 남자앞에서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남자는 처음으로 웃음을 보인다..그리고 여자의 볼을 쥐고 키스를 하려는데..교도관이 저지하려 하자 여자는 가만 놔두라고 한다..그리고 천천히 다가가는 남자의 입술...

닿을랑 말랑...그때 울리는 벨소리..면회 시간 끝..그 짧은 거리를 두고 입술은 마주닿지 못하고 다시 떨어지게 된다..이 장면..정말 인상깊다.분명 현실적으로는 할수 있었음에도 감독은 의도적으로 그 짧은 영상만으로 관객들에게 이들의 안타까운 거리의 장벽을 전달하고 있다.설레기만 하고 기대감에 차오르는 그것이 바로 봄이니까..

여름으로 찾아오다.

겨울 임에도 여름 복장을 하고 와서 '해변으로 와요' 노래를 부르는 여자..(사실..노래 진짜 못한다.ㅋ..그래서 더 실감난다..) ..그리고 갑자기 여자는 앉자마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죽었을때 그때 느낌이 나요.." 그리고 눈을 감고 당시의 악몽을 마치 최면에 걸린듯 재현하며 눈물 흘리고 고통 스러워 한다.

이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물에 들어가고 싶은데 용기가 안나요..사형을 앞둔 사형수에게 죽음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 여자..그리고 남자는 드디어 벨이 울림에도 제지하는 교도관을 무시하고 키스를 하게된다.


가을로 찾아오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길..을 부르는 여자..면회실 배경 역시 현실과는 상관없이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계절의 벽지들을 사용하고 있다.

남자는 이때 노래가 끝난뒤 박수를 치고 여자는 가을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설명한다.그리고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한다.그리고 남자의 수갑찬 팔안으로 자신이 들어가 키스를 한다.그때 남편 하정우가 아내의 뒤를 밟아 교도소를 찾아오고 그 장면을 보게 된다..

이제 둘은 교도관이 아무리 떼어놓으려 해도 벨이 울려도 말을 듣지 않아 남자는 교도관에게 매를맞고 글려 나가게 되고 여자는 운다..그것을 바라보는 남편 하정우..관객은 이제 겨울만을 남겨두고 있다는것을 안다.



겨울은 어떻게 될까...

누구나 짐작하듯,겨울은 모든것의 종결점이다..영화는 그런 이미지들을 차용하며 점점 이 둘의 사이에서 어떤 비극적 결말을 예고하고 있으며 갈등들을 전부 끌어내고 종결로 몰아간다.

놀라운 김기덕 감독의 연출

김기덕 감독의 놀라운 생략과 여운을 보여주는 장면들..남편이 아내에게 조용히 타일르듯 면화가지 말라고 하는 장면에서 아내의 얼굴이 온통 멍이 들어있다..이미 이전에 구타가 행해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김기덕 감독이 의도적으로 여자에 대한 폭력적 이미지를 삭제 한것으로 보여지는데 훨씬 깔끔하고 인상적 이었다.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모조리 전달 된다.

또한 남편이 바람피던 여자가 찾아와 다짜고짜 하정우의 빰을 때리는 장면,놀랍게도 여자는 화면에 보이지 않고 손만 나온다.관객은 단지 하정우의 "찾아오지 말랬잖아.' 대사 하나만으로 그 손의 주인이 하정우의 바람피는 여자란것을 알아챌수 있고 바람피던 여자와 남편의 관계가 끝났음을 전부 보여준다.

사형수 남자의 자살기도 뉴스가 나오자 남편이 채널을 다른데로 돌리려고 할때 여자는 설겆이 하던 물컵을 던져 남편의 머리를 맞추고 채널이 돌려지는것을 저지한다. 대사는 아무것도 없다.하지만, 여자의 모든 심리 상태가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된다..그저 놀랍다고 할수밖에..

그리고 TV 아나운서의 말에 따라 남자가 왜 자살기도를 했는지도 드러난다.자살기도로 인해 사형집행이 연기된것..

석고동상을 망치로 부수는 장면..이건 무엇을 보여주려 한것일까...

면회 라는말에 남자는 자신의 사형 집행을 알리는것일지도 모르지만 적극적으로 나가려 하고 강하게 저지하는 동료 젊은 죄수....아무런 대사없이 격렬한 저항으로 둘의 애틋한 우정과 남자의 여자에 대한 애정 모든것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대사 전혀 없다..


그리고 마지막..역시 김기덕 감독답게 과감하다.마지막 겨울 장면에서 김기덕 감독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려한 모든 의도들이 나오게 된다..영상은 눈이 내리고 온통 쟂빛 이다.여자는 눈이 내리네.를 무반주로 남편차에서 부르고..남편이 그것을 받아 부른다..그리고 반주가 나오며 함께 부르는 눈이 내리네...라라라...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크게 나눠 세가지 방향으로 나눌수 있을텐데..일단 인간 내면에 잠재된 성적인 폭력에 대한것, 사회적 문제에 대한것, 그리고 삶에 대한것 이다..이 영화는 마지막 삶에 대한 고찰로 김기덕 스타일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맘에드는 스타일 영화중 하나이다..김기덕 감독을 싫어하는 여자들이 봐도 좋을만한 영화이다. 그리고 대사의 절제와 이미지로 표현되는 삶에 대한 영상집 이기도 하다.비교적 짧은 런닝타임에 단순한 플롯, 봄,여름,가을, 겨울로 한 '숨' 에 대한 모든것을 압축해 나타낸다..

김기덕 감독을 싫어 하시는 여성 분들도 이 영화 '숨' 에 대해선 일말의 거부감이나 평가절하할 구석이 전혀 없음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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